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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기 위해서, 임정미님
2015.04.08 페이스북 트위터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2052



세월호 사건 이후 임정미님에게는 이상한 습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잘못 주차된 차라든지 위험해보이는 구조물들을 마주하게 되면 

어떻게든 바로 잡아야 직성이 풀리는 게 바로 그것이지요.

예전엔 심상히 보아 넘겼던 것들이 이젠 더 이상 심상치 않아졌습니다.

내가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누군가 다칠 것 같아 겁이 더럭 난다 하니 

앞으로도 쉽게 고쳐지진 않을 습관일 듯 합니다.


작년 여름, 그 뜨거운 시간을

그녀는 오롯이 광화문을 지키며 보냈습니다. 

고등학생인 첫째를 학교에, 갓 네 살이 된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난 후

오고 가는 시간을 제외한 세 시간동안 매일 피켓을 들고 거리에 섰습니다.

지금 다시 하라면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지만

당시엔 그게 그 시간들을 견뎌내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합니다. 

여름을 넘기며 점차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고

더 길게,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발견한 것이 

이웃에 나오는 일이었습니다. 


이웃에 와서 처음 유가족들을 만났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왠지 모르게 그들에게 마냥 미안해 얼굴도 쳐다볼 수 없었습니다.

한 번, 두 번... 같은 공간에서 계속 얼굴을 마주치다 보니

이제 그들을 향한 마음씀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습니다. 

함께 밥술을 뜨다 보면 가끔, 떠난 아이 이야기가 불쑥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아이에 대한 사소한 기억들을 나누며 같이 울고, 웃곤 하지요.

그런 시간을 거치며 임정미님의 마음은 조금씩 차분해졌습니다. 

유가족들에게 있어서 마음 놓고 자기 아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어쩌면 이곳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걸 이젠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웃에 와서 일주일을 살아갈 힘을 얻고 가요.

다른 곳에서는 차마 말 못할 이야기도 여기선 쉽게 할 수 있어요.

여기에 오시는 분들은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난 분들이니까요.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아픔이잖아요. 우리는 그일에 모두 조금씩 책임이 있고요.

저는 꼭 그 기억을 지키는 사람들 중 한 명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