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언론기사] 세월호 참사, 고통의 시간... '치유알약' 처방해 드릴게요
2017.09.12 페이스북 트위터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190

오마이뉴스(최종 업데이트 17.09.06 11:15)


 


"친구가 증명사진 찍는다고 해서 제가 화장을 해줬어요. 그때 찍은 사진이 아직도 제 지갑 속에 있는데,


그게 영정사진이 되어 있는 거예요." - 단원고 희생학생 친구

"우리가 들어주는 걸 고맙다고 해줘서 고맙고 죄송합니다." - 공감기록단


"그랬구나…, 그럼 너는 지금은 친구 몇 명의 몫을 살고 있는 거니?" - 정혜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치유공간 '이웃' 치유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는 산 자에게도 참혹한 고통의 시간이었다. 참사 이후 3년여 시간동안


세월호 유가족들과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눈 곳이 안산시 단원구 와동에 둥지를 튼 치유공간 '이웃'이다.



 
'이웃'이 세월호 참사의 뒤꼍에서 숨죽이며 고통과 슬픔을 부여잡고 흐느끼던 단원고 희생학생 또래 세대 간의


공감과 치유를 카메라에 담은 치유다큐 <친구들 : 숨어 있는 슬픔>(상영시간 90분)을 기획 제작했다.

이웃은 지난 1월부터 '세월호 세대와 함께 상처를 치유하다'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아이들이 꼭꼭 묻어둔 가슴 속 상처와 슬픔을 같은 또래의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고 고통을 나누는 프로젝트였다.

단원고 희생학생의 초·중학교 친구, 동네·학원·교회 친구 등이 가슴에서 토해 낸 육성을 곁에서 듣고, 기록하고,


공감하며 이 프로젝트의 긴 여정에 첫 걸음을 내딛기 위해 전국에서 26명의 또래 세대의 친구들이 자원해 '공감기록단'을 만들었다.

희생학생의 친구와 공감기록단 그리고 치유공간 이웃의 이웃치유자들이 서로가 서로를 보듬으며 '치유'되어가는 과정을


따듯한 시선으로 담아 낸 영화가 <친구들 : 숨어 있는 슬픔>이다. 영화 제작에 필요한 비용은 스토리펀딩을 통한 


후원(700여명)으로 마련했다. 

이영하 치유공간 이웃 대표는 "치유다큐는 이름 그대로 '치유'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며 "아이들의 실상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상처 입은 많은 분들의 치유알약이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미 보신 분들이 '세월호 영화인 줄 알았는데 보고나니 그런 것만이 아니네요'라는 말씀을 많이 한다"며


"세월호 참사로 다른 도시민들보다 마음이 많이 아픈 안산시민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희생학생 친구 "별과 바람이 된 친구가 지켜줘요"


 


어려서부터 동네에서 같이 놀던 친구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노래방, PC방, 공원, 패스트푸드점을 찾던 발길은


이제 친구를 잃은 채 장례식장을 찾아다닌다. 그것도 하루에 몇 번씩….

"친구의 시신을 찾았는데 인근 장례식장에 빈 곳이 없어서 멀리 가야한다는 소식 들었을 때, 안산에 장례식장이 얼마나 많은데…


장례식장 빈 곳이 없을 정도로 친구들이 많이 죽은 것이 너무 슬펐어요."

"저녁에 집에 오면서 하늘을 보면 별이 있잖아요. 승묵이는 별이 돼서 내가 집에 잘 가나, 안 가나를 지켜주고 있구나.


바람이 되어서 계속 내 옆에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해요."

"친구와 함께 걷던 거리는 그대로 있는데 친구만 없는 거예요.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모든 게 거짓말 같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함께 걷고 함께 웃고 함께 숨 쉬던 친구였는데,


친구에게 보낸 카톡의 1이 없어지지 않는다.

"가족이 죽은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유난 떠냐고, 이제 그만 좀 하라고 그러더라고요."

친구가 사라진 세상, 존재의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서 이렇게나 아픈데 주변에서는 자꾸만 그만하라고 한다. 네 가족도 아니지 않느냐고.

"저의 슬픔을 부모님의 슬픔과 어떻게 비교하겠어요. 비교 자체가 안 되죠. 장례식장에 가서도 마음껏 못 울었어요.


부모님이 더 슬픈데 제가 울면 안 되잖아요."

자신의 슬픔을 타인의 슬픔과 비교하는 것은 온당한가? 누군가 슬픔을 느낀다면 그건 그냥 슬픈 거다.


누구보다 더한 슬픔도, 덜한 슬픔도 없다. 그러나 머리로 아는 걸 가슴이 자꾸만 밀어낸다. 슬픔은 상대적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마저도 부모님 앞에서는 죄스럽기만 하다.

"우리는 희생자도, 희생자의 가족도, 생존자도 아니에요. 영화로 치면 우린 주연이 아니고 조연, 조연 중에서도


제일 끝줄에 있는 조연 같은 거잖아요."


 


 


공감기록단 친구 "치유란 상처에 마음을 포개는 것"


 


지난 봄 공감기록단 친구들은 같은 눈높이에서 희생학생 친구들의 상처와 치유의 과정을 기록했다.


그리고 유가족이 아니어서, 드러내면 안 될 것 같아서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없었던 친구들이 입을 열었다.


공감기록단 친구들이 온몸을 열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치유해 갔다.

"눈빛이나 표정, 태도 같은 것에서 '아, 저 사람들이 우리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있구나'하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지니까 믿음이 가는 것 같아요."

"처음에 제 시야는 친구들에게만 머물렀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공감기록단 여러분의 얼굴이 보이는 거예요. 그냥 고마웠어요.


그리고 이 작은 공간이 무엇인가 깨달으면서 전체 방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이 방 너머의 세상이 보고 싶어요."

친구들은 처음에 공감기록단을 의심했다. 무엇 때문에 이 먼 거리를 달려와 굳이 관심 갖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를 들으려 할까,


왜 우리를 위해서 이렇게 해줄까 해서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진심이 느껴졌다. 자신들의 상처에 온 마음을 포개고


함께 아파해주는 모습에서 진정한 공감의 태도를 보았다.

서로를 믿고, 더 깊숙한 상처를 꺼내고, 더 따스하게 감싸 주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말하는 사람의 마음만 열리는 것이 아니라 듣고 있던 사람의 마음도 열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듣고 있던 공감기록단도 자기 안에 감춰져 있던 분노와 슬픔, 무력감들을 떠올리게 되고, 희생학생 친구들과 마주보는 거울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깊이 공감하면서 동시에 상대방이라는 거울을 통해 가슴 속 깊은 마음을 더 잘 바라보게 된다.

그러한 공감과 소통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치유자가 된다. 이것을 '상처 입은 치유자'라 한다.


그 치유의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제작한 치유다큐 <친구들 : 숨어 있는 슬픔>은 사회적 트라우마에 고통 받는


우리 모두를 위한 '치유 알약'인 셈이다.

단원고 2학년 6반 고 신호성군 어머니 정부자씨는 공동체 상영을 앞두고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내 아픔에 갇혀 다른 아픔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어요. 하지만 치유다큐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한테도 소꿉친구가 있었지, 한밤중에라도 친구가 부르면 달려가 대화를 나누던 그런 친구가 있었지'하며,


그 아이들이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덜 아플까 생각해 보지만 저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어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후엔 세월호에서 살아 돌아온 아이들이 편견 많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아프지 않고


잘 살아 줬으면 하는 마음뿐이었거든요. 이 영화가 아이들과 많은 분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웃에서는 일터, 학교, 작은 모임, 가족 등 공동체 상영을 원하는 이들에게 무료로 상영한다.


치유공간 이웃 (www.이웃.kr)에서 신청하면 된다(문의 031-403-0416).

안산에서는 오는 15일 오후 7시 메가박스 1관(단원구 고잔2길 41, 9층)에서 무료 상영회를 연다.


 


기사링크: http://omn.kr/o4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