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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이명수의 사람그물] 세월호 막말 세력을 색출해야 하는 이유
2017.07.17 페이스북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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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례신문 (등록 2016.12.26. 18:36)



[칼럼 : 이명수의 사람그물] 세월호 막말 세력을 색출해야 하는 이유


 


요즘 정치인이나 종편 패널을 비롯한 일부 언론의 세월호 관련 발언을 듣다 보면 기이한 느낌이 든다. 무슨 얼어죽을 독립운동이냐고 앞장서 코웃음치던 이들이 해방 다음날인 8월16일부터 누구보다 목청껏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것 같다.


세월호 참사가 국민적 트라우마가 된 건 온 국민이 학살의 현장을 목도하면서도 속수무책이었던 1차 트라우마의 영향이 크지만 더 결정적인 이유는 참사 직후부터 시작된 세월호 막말 세력들의 무차별적인 준동이었다. 보잘것없는 무리들의 움직임이었지만 놀랄 만큼 전방위적이고 조직적이어서 나라 전체를 속수무책의 공포와 아득함으로 밀어넣었다. 명백한 2차 트라우마다.


우리 눈앞에서 304명이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그중 250명은 수학여행을 가던 열일곱살의 소년 소녀였다. 부모들은 심장을 쥐어뜯으며 며칠에 걸쳐 자식이 수장당하는 광경을 지켜봤다. 누구라도 이미 정상일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됐느냐는 부모형제들의 울부짖음은 사회 소란 행위로 매도됐고, 책임자가 누구인지 알려달라는 요구는 국기문란 행위로 처벌 대상이 되었다. 이 나라는 참사의 피해자들을 국가전복세력쯤으로 규정했고 그렇게 취급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가 내 아이 일 같아서 함께 발을 동동 굴렀고 수시로 울었다. 그럼에도 현실에서 아이 잃은 부모들은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존재, 돈 욕심에 눈이 먼 준비된 유가족으로 몰렸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향한 집권세력의 김기춘식 여론조작은 오래전부터 있어온 일이지만 세월호 막말 세력의 준동은 좀 달랐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여론조작의 먹이를 덥석 문 막말 세력의 협조자들이 너무 많았다. 참사의 고통을 회피하기 위한 심리방어기제 정도로 보기 어려울 만큼 노골적이었다.


대통령, 정치인, 고위관료, 언론인, 종교인, 지식인, 일부 시민들까지 가리지 않고 세월호 막말 세력에 합류해 유가족들을 모욕하고 비난하고 조롱하고 협박했다. 그들은 말이 아니라 토사물을 쏟아냈다. 그들의 행동은 수치심이란 개념조차 없는 악귀 같았다. 그뿐인가. 세월호 참사에 공감하고 연대한다는 의미의 노란 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만으로 욕을 하고 침을 뱉고 따귀를 때리고 빨갱이로 몰았다. 세월호 아수라가 나치의 광기처럼 온 사회를 휩쓸었다. 너무나 기이한 현상이어서 지금도 악몽 속에 있는 느낌이다.


그런 세월호 막말 세력들이 한마디 반성이나 사과도 없이 진작부터 세월호 참사의 고통과 슬픔을 얘기해온 사람들처럼 목에 핏대 세우는 걸 지켜보는 일은 고통이다. 어쩔 수 없이 창씨개명을 해야 했던 상황도 아니고 목에 총칼을 겨누며 막말 세력이 되라고 종용한 것도 아니다. 스스로 세월호 아수라, 협력자가 됐으면 이유를 밝혀야 한다. 오래된 과거도 아니다. 아직 3년도 안 된 일이다. 각 영역별로 세월호 막말 세력의 백서를 만들어 공개하고 그에 대한 사과와 반성, 아니면 변명이라도 들어야 한다. 기록으로 남기고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이런 사고가 생겼을 때 나라 전체가 무간지옥이 되는 2차 참사를 막을 수 있다.


박근혜-최순실 사태의 시발점은 세월호 참사다. 그 분노와 슬픔과 당혹스러움이 촛불 민심으로 터져 나왔다. 그러므로 이 사태를 잘 갈무리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세월호 막말 세력의 세세한 백서를 만들어 책임을 묻고 그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다. 그게 정의고 그게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의 첫걸음이다.



이명수
‘치유공간 이웃’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