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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앵커가 만난 사람 : "이웃이 모두 치유자가 돼 힘을 합쳐야"
2015.04.22 페이스북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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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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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뉴스타임(입력2015.04.16 08:31 / 수정2015.04.16 10:31)




[앵커가 만난 사람] “이웃이 모두 치유자가 돼 힘을 합쳐야”      


<앵커 멘트>

잠수사들도 그렇지만 사고가 난 후 참 많은 사람들이 피해자들을 돕는데 힘을 보탰습니다.

수많은 자원 봉사자들, 또 치유나 치료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인데요.

지금부터 만나 뵐 분도 그런 분 가운데 한 분입니다.

오늘 여러분들께서는 아마도 가장 궁금한 사람들이 세월호 유가족분들일 텐데요, 할 수만 있다면 직접 만나서 위로를 건네고 싶으시겠죠.

그런 마음을 담아서 저희가 안산에 다녀왔습니다.

안산에 있는 피해자 유가족을 위한 치유시설에서 사고 이후 죽 봉사해오고 계신 정혜신 박사를 만났는데요.

유가족들의 이야기,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들이 해야할 일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녹취> 양영은(앵커) : “세월호 1주기를 맞아서 안산에 있는 치유 공간 '이웃'에 나와 있습니다.“

<녹취> 정혜신(박사) : "안녕하세요."

<녹취> 양영은(앵커) : “지난해부터 이 ‘이웃’을 운영해오고 계신 정혜신 박사님으로부터 세월호의 피해자들, 그리고 남은 유가족들의 얘기를 좀 더 자세하게 들어보려고 하는데요.“

<녹취> 최동석(앵커) : “일년동안 세월호 유가족들 보시면서 많은걸 느끼셨을 것 같아요.“

<녹취>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 “음... 최근 상황부터 좀 말씀을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간에 많은 감정적인 변화들이 있었고 트라우마, 상처가 드러나는 그 양상도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최근에 시행령과 관련한 유가족들의 적극적인 뭐라 그럴까 그 이견, 반대 의견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상처가 다시 다 헤집어진 상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녹취> 최동석(앵커) : “유가족들을 위해서 상담을 해야 되겠다 이렇게 결심하신 이유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녹취>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 “제가 지금 상황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고요, 감당할 수 있는 일이니까 해야 되겠죠.“

<녹취> 최동석(앵커) : “치유공간 이름을 ‘이웃’이라고 지으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녹취>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 “이런 거대한 상처는 전문가 몇 명이 일을 한다고 해서 수습을 하거나 치유할 수 있는 그런 부분적인 일이 아니다. 이웃이, 모두가 치유자가 돼서 같이 힘을 합쳐야만 이 거대한 상처는 치유가 될 수 있다는 느낌 때문에 치유공간의 이름을 '이웃'이라고 했고요. 여기 오는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을 저희는 다 이웃 치유자라고 해요.“

누구나 이웃이 될 수 있고, 바로 그 이웃이 치유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상담센터 이름을 '이웃'이라고 지었는데요.

고창에서 창원에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오랜 기간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양영은(앵커) : “자원봉사자분들이 여러분 계신데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가요?“

<녹취>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 “자원봉사자들이 가장 많이 해주시는 일은 밥을 하는 일이고요.“

<녹취> 최동석(앵커) : “밥이 왜 중요하죠?”

<녹취>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 “제가 경험하기에 지금 ‘치유의 근본은 밥이다’라고 생각할 만큼 이 치유적인 밥상이 중요하다고 느껴서요. 엄마들이 길바닥에서 노숙을 하기도 하고 농성을 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길에서 많은 사람들한테 비아냥이나 조롱을 당하기도 하고.“

<녹취>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 “이런 경험들을 1년 동안 너무 많이 했어요. 사람이 말예요, 따스하게, 따스한 밥, 집 밥을 안정적으로 먹지 못하면서 상담을 한다고 해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거나 자존감이 회복되거나 그럴 수 없는 거예요.“ . <녹취> 양영은 (앵커) : “힘든 일 겪고 왔을 때 친정어머니가 해주시는...“

<녹취>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 “그렇죠. 이것이 어떤 것보다 가장 치유적으로 중요하고 핵심적이라고 봤죠. 그래서 여기서는 밥을 해주는 일이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정혜신 박사가 있는 치유공간 '이웃'에서는 따뜻한 밥상 외에도 조금 다른 점이 있었는데요.

<녹취>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 “치유의 궁극적인 목적을 저는 ‘일상의 복원’이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러니까 트라우마라는 것은 뭐냐면요. 케이크 한 판이 우리 삶이다 그러면, 이 조각 케이크로으로 구성된 내 케이크라고 하는 내 삶 자체가 이게 진흙탕에 판 채로 곤두박질쳐진 것이 트라우마예요.“

<녹취> 양영은(앵커) : “얼마나 많이 오는지. 유가족들이 정말 많이 이용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녹취>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 “여기 그동안 오시는 분들이 한 절반 정도 되시는 것 같아요. 90%는 엄마고요. 아빠들은 지금 10%밖에 안 오시거든요.“

<녹취> 양영은(앵커) : “성별 차이가 그렇게 나네요.“

<녹취>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 “예, 견디고 있다는 거죠. 버티고 있다는 거죠. 그리고 아이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기 때문에 나까지 같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우리 집은 다 무너진다고 믿고 있는 거죠. 아빠들은 주로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하시죠.“

<녹취> 양영은(앵커) : “1년이 지난 지금 막연하게 저희가 더 나아졌을 거라고 기대하고 바라는데, 현장에서 느끼시는 건 어떤가요?“

<녹취>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 “벌레 하나도 지금 못 죽이는 거예요., 혹시 아이가 나를 보고 싶어서 내 곁으로 왔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게 벌레이기도 하고 어떤 엄마는 집에서 키우는 꽃이 꽃을 안 피우고 그냥 화분이었는데 10년 만에 꽃을 피웠다는 거예요. 얘가 지금 엄마가 보고 싶어서 꽃으로 왔나보다. 그니까 모든 사물에, 우주 만물에 아이가 다 투사가 되는 거죠. 엄마들의 세계는 지금 아이로 꽉 차있고, 한 순간도 아이하고 벗어날 수가 없고 그런 거죠. 그런 삶을 엄마들은 지금 살고 있는 거죠.“

<녹취>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이제 4월 16일이 지나고, 4월이 지나고 나면, 다시 다른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가잖아요? 그때 허탈감? 그때 무력감? 그때 절망감? 이런 것들이 지금 뭐 굉장히 걱정이 되고요. 그런 것들을 같이 또 헤쳐 나가야 되죠.“

시간이 흘러 사고가 잊혀지는 것 못지 않게 힘든 건 유가족들을 바라보는 일부의 차가운 시선입니다.

<녹취>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 “유가족들이 지금 접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망언을 하거나 조롱을 하거나 비아냥을 하거나 그런 사람들이 참 많거든요. 그러다보면, 세상이 다 그런 것 같고 사람이 다 그런 것 같고 세상이나 사람에 대한 전반적인 두려움이나 불안이나 긴장이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해주면 되냐면요. '그런 사람이 전부가 아니다, 시끄럽게 크게 떠들고 있지는 않지만 당신들 마음에 그 슬픔에 지금 공감하고 있고 그 아픔에 나도 지금 아파하고 있다'라는 것을 알려만 줘도 굉장히 좋은 치유제가 돼요. 그래서 지금 이 방송을 보면서 내가 느낀 것을 가능하면 그 사람들한테, 피해자들한테 어떻게든지 전달해주는 것, 인터넷의 댓글 하나여도 좋고 광화문에 지나가시다가 옆에서 쪽지 하나여도 좋고 그냥 그런 것, 이것이 지금 피해자들한테는 엄청난 힘이 된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그런 사람이 우리 사회에 거대하게 많다는 것을 유가족들이 확인을 하고 그럴 수 있으면 시민들도 치유되고 부끄럽지 않잖아요. 한 인간으로서. 이러한 거대한 슬픔이 있었을 때 내가 눈물을 흘려줬었던 인간이라는 것이 있어야 나에 대한 존중감을 갖고 살 수 있는 거예요.“

<녹취> 최동석(앵커) : “끝으로 뉴스를 보고 계신 시청자 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실 것 같아요.“

<녹취>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 “진상 규명이죠. 그래서 진상 규명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같이 마음을 모아주고 그것이 될 수 있도록 뜻을 같이 해주는 것 그런 사회 분위기로 가는 것“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상처에 공감하고 아파하며 가장 힘들 그 순간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는 정혜신 박사.

지난 1년, 우리는 이 크나큰 참사 앞에서 꽃같이 귀한 생명들을 허망하게 보낸 사실에 슬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미안했습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행복하게 쉬길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어느새 1년이란 시간이 흘러 4월 16일이 되었습니다.

잊어서도 지워져서도 안 될 그날 더 이상의 세월호 참사 피해 유가족들에게 상처가 남지 않도록 명확한 진실규명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양영은 기자 yeyang@kbs.co.kr




※ 세월호 참사 1년 관련 기사 보기 : http://news.kbs.co.kr/issue/IssueView.do?issue_code=19454#new&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