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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다윤이 무인도에서 살고 있을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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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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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2014-09-26 15:51:54 게재)

 

 

[세월호와 사람들] 다윤이 무인도에서 살고 있을 것만 같아

옷가방 학생증 다 찾았는데 다윤이만 아직

 

친구 홍종영

다윤이는 친구가 많이 없는 대신 한번 사귀면 깊게 사귀었다. 다윤이가 수줍음이 많아서 친구들에게 말을 잘 걸지 못했다. 집에서는 밝고 애교도 많이 부리는데 친구들에게는 어떻게 자신를 표현해야 될지 잘 몰랐다.
친구들이 웃긴 이야기를 해 줘도 다윤이는 잘 웃질 않았다한다. 자신들을 싫어한 줄 알고 친구들은 “알 수 없는 아이구나” 하고 오해를 했다.
하지만 다윤이는 한 친구 앞에서만은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활짝 웃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선일중학교에 함께 다녔고 단원고도 함께 다녔던 친구였다.
그 친구 이름은 2학년 6반 홍종영이었다. 종영이랑 아침마다 함께 등교하고 올 때도 같이 왔다. 종영이는 학교 앞에서 살았지만 다윤이랑 같이 학교 가고 싶어 집 쪽으로 와서 아침마다 엄마가 학교까지 태워다 주곤 했다.
수학여행 가는 날도 같이 태워다 주었다. 좀 늦어서 종영이가 화랑유원지 쪽으로 와서 함께 갔다. 굉장히 생각이 깊고 공부도 잘 하는 친구였다.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웃기도 잘 웃었다.
어떻게 보면 다윤이랑 정반대 스타일이었다. 엄마도 종영이가 정말 똑똑하다고 말하곤 했다.
종영이가 다윤이 공부도 많이 가르쳐 주었다. 종영이에게는 쌍둥이 동생이 하나 있었는데 종영이 시신이 안치되었을 때 종영이 옆자리는 다윤이 자리니까 비워달라고 했다.
하지만 올라오는 순서대로 안치되기 때문에 그 자리는 다른 친구가 눕게 되었다. 다윤이에게는 친했던 친구가 또 한명 있었다. 맨 마지막으로 나온 김민지. 민지는 다윤이랑 비스트를 같이 좋아했던 친구였다.
동아리도 같이 했다. 플래시몹이라는 춤 동아리였다. 다윤이는 춤추는 걸 좋아했다. 내성적이면서 춤을 췄다니까 얼핏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다윤이에게 잘 어울리는 일이었다.
다윤이가 여러 가지로 매력적인 면이 많았다. 하지만 춤추는 걸 엄마가 반대했다. 춤은 다윤이에게 취미로만 남았다. 다윤이는 동물과 함께 아이들을 좋아해서 유치원 교사가 되고 싶어했다. 그래서 엄마는 다윤이가 공부하기를 원했다.



 

 

파란색 퓨마 운동화와 검은 모자
다윤이는 가끔씩 허락을 받지 않고 서윤이 옷을 입었다. 집에 없으면 메시지라도 보내서 ‘언니, 나 이 옷 입어돼?’ 그러고 물어보기라도 해야 되는데 몰래 입고 나가서는 꼭 뭘 묻혀가지고 왔다.
그럴 때 서윤이는 동생에게 야단을 쳤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윤이에게 정말 미안했다. 요즘 아이들은 메이커 있는 옷들을 많이 입는데 다윤이는 그런 옷이 거의 없었다. 곰돌이가 그려진 평범한 옷들밖에 없었다.
다윤이 시신 수습할 때 다른 친구들은 인상착의에 아디다스 상의, 아디다스 바지 이렇게 쓰여 있는데 동생은 그런 걸 가져가지를 않았기 때문에 엄마나 서윤이나 혹시 못 찾으면 어떡하지,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다윤이보다 가방이 먼저 나왔다. 진도 유실물 센터에서는 못 찾았던 짐들이 안산 집으로 배달되어왔다. 짐가방을 열어보니 아빠가 사주신 파란색 퓨마운동화가 그대로 있었다. 서윤은 그 운동화를 보고 마음이 울컥했다. 거의 물건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던 다윤이가 유일하게 아빠에게 사 달라고 해서 사준 파란색 퓨마운동화였다.
서윤이에게 빌려간 로고가 붙은 검은 색 모자도 그대로 나왔다. 다윤이는 원래 모자를 안 쓰던 아이였다. 수학여행 가기 전에 그 모자를 갖고 싶다고 해서 줬는데 그것이 그대로 올라왔던 것이다. 학생증도 다 나왔는데 다윤이만 없었다.

 

 

흉가
동생이 보고 싶을 때면 서윤은 가끔 단원고를 지나가곤 했다. 동생이 다닌 학교라 유난히 애착이 갔다. 가끔 다윤은 깜비가 너무 보고 싶으면 마음이 급해져서 그 아이를 데리고 학교 앞 까지 와 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
서윤은 다윤이 부탁대로 깜비를 데리고 가기도 했다. 근데 어느 ‘일간 베스트’ 회원이 밤에 단원고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흉가하고 올렸다. 귀신 나오는 학교라며. 서윤은 엄청 속상했다. 특혜입학 가지고도 ‘너희들 로또 맞았구나’면서 공격했다.
서윤은 모든 게 달갑지 않았다. 지금도 이렇게 조롱하고 공격해 대는데 대학가서 단원고 출신이라는 게 밝혀지면 얼마나 왕따를 시킬 것이다. 더 이상 세상에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으면서 살고 싶다.

 

 

어서 돌아와, 다윤아
서윤은 다윤이가 어서 빨리 나오기를 기도한다. 동생이 바다속에서 오래 있으면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울 것인가. 아직 나오지 않은 실종자 분들 9분도 동시에 나왔으면 좋겠다.
다윤이가 나오면 서윤이는 꼭 동생 얼굴을 보고 싶다. 오래 시간이 흘러서 부모님이 안보여 주실 것 같지만 다윤이 손이라도 꼭 보고 싶다. 서윤이는 아직도 이 모든 상황이 꿈인 것 같다. 다윤이가 무인도에 가서 연락할 방법을 찾지 못해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는 것만 같다.
누군가 이 모든 상황이 현실이 아니라고 말해 주었으면 좋겠다.